가격 폭등 공포에 사재기…소비자 빚 부담 증가
#. 30대 한인 A씨는 새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 수입품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는 소식에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Temu)에 담아 놓은 수십 개의 ‘찜’ 상품을 서둘러 구매했다. A씨는 “가격이 오를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수백 달러를 아낀 셈”이라고 강조했다. #.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고가의 가전제품 해외 직구를 망설이던 한인 B씨는 관세와 보복 관세에 제품 가격이 오를까 싶어 결국 1년 가까이 참아온 구매를 완료했다. 그는 “출혈은 크지만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조치가 시행되면서 커지고 있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평소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크레딧카드닷컴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5명 중 1명꼴인 19%가 ‘둠 스펜딩(doom spending)’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둠 스펜딩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기존의 추가 관세를 10%에서 20%로 두 배 늘리는 새 관세 정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크레딧카드닷컴의 존 이건 개인 금융 분석가는 “새로운 관세가 소비 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많은 소비자의 소비 습관을 바꾸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28%가 이미 가전제품이나 가정용품 등에서 큰 소비를 했으며, 22%는 비상식량, 화장지, 일반 의약품 등을 비축하고 있다. 관세 정책에 따라 가격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고가의 제품이나 자주 사용하는 기본 생필품을 가격 변동에 앞서 미리 구매 중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예방성 과다 소비가 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선 크레딧카드 부채가 있는 소비자의 34%가 올해 부채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국내 크레딧카드 부채가 이미 1조2100억 달러를 초과한 상황에서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건은 “둠 스펜딩의 문제점 중 하나는 예산을 초과해 지출하게 만들고, 크레딧카드 부채가 늘어나면서 고금리 이자와 수수료로 인해 재정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관세에 따른 물가 및 생필품 가격 상승에 앞서 높은 금리의 개인 부채를 먼저 갚고 비상금을 마련해 놓는 것이 현명한 재정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렌딩트리의 맷 슐츠 수석 크레딧 분석가는 “향후 몇 달간 경제가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재정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훈식 기자관세 충동 관세 정책 대규모 관세 추가 관세 박낙희 지출 물가 인상